23. 커버스토리 / 오은
*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중에서
커버스토리
너는 스스로를 덮어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시작되고 밑줄이 그어진다 너의 주된임무는 사람들이 너를 만지게 하는 것 네 등뒤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두려워하면 게임은 벌써 오버다 너를 더듬는 손끝의 떨림을 기억해라 그 떨림에 맞춰 파닥파닥 튀어라 끊임없이 간질임과 망설임을 즐겨라 네 몸이 달아오르게 한동안 스스로를 내버려둬라 너는 더 뜨겁고 강렬해질 수 있다 간혹 너를 쓰다듬는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그 품에 안겨도 된다 너는 매혹적이다 사랑스럽다 언제 어디서나 눈길을 끈다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다
네 이름에 묻은 형광염료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네 이름은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환영한다 너는 은근히 원색적이다 어제 네 덕분에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 오늘 너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네 이름 속에는 엄청난 진실과 그 엄청난 진실이 알고 보면 거짓이라는 명제가 모두 담겨 있다 너는 느꺼이 속이고 사람들은 기꺼이 네게 속는다 활자에 취한 사람들이 무심히 지갑을 여는 게 보인다 이처럼 너는 대놓고 충동적이다 네가 앞세운 S라인 몸매에 방금 또 한 명이 나가떨어졌다 이제 네게 남은 일은 단 하나; 스캔들을 내는 것
너를 말아쥐고 거리로 나선다 너는 너를 덮으며 이야기할 권리를 스스로 박탈당한다 너는 작은 알갱이에 불과하지만 입소문 함 방이면 언제든 뻥튀기가 될 수 있다 아무도 모르는, 알고 보면 누구나 다 알 법한 이야기가 거리에 울려퍼진다 사람들이 너를 한 움큼 집어 입속에 넣고 방아를 찧기 시작한다 너는 가루가 되고 기억 속에서 서서히 소화된다 다음 시즌이 되면 너는 창고에 몸을 숨기고 온몸으로 먼지를 받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를 다시 노리며 슬그머니 잠들 것이다
너는 지난주에 너를 약 3만 부 팔았다 네가 또 한번 기록을 갈아치운 순간이다 이 사실이 곧 또다른 너를 만들어줄 것이다 너는 너도 모르게 너를 낳을 수 있다 너도 모르게 힘에 닿을 수 있다 네 이름은 당장 내일 아침 바뀔 예정이다 더 섹시하고 노골적으로, 마치 이때껏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지난주의 너를 스스로 덮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