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글 + 나의 얘기/받아적는 시
25. Le Rayon vert - 에릭 로메르를 위하여 / 강성은
연두-
2017. 1. 14. 15:53
*강성은 시인의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중에서
Le Rayon vert
- 에릭 로메르를 위하여
어떻게 저 많은 별들 가운데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 가운데
눈이 내리고 수영을 하던 밤
햇빛이 내리쬐고 여행 가방을 싸던 밤
시시각각 우리는 이렇게
질문도 없이 대답을 하지
이토록 가벼운 존재에 대하여
이토록 충만한 투명함에 대하여
사계절 내내
곱슬머리가 부풀어 오르는 우기에도
털모자를 눌러쓰고 걷던 혹한기에도
시시각각 우리는 이렇게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지
이곳은 지구라는 별
네가 왔다
이토록 무한한 녹색 빛
이토록 정지된 푸른 시간
사계절 내내
에릭 로메르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위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