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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26. 환상의 빛 / 강성은 * 강성은 시인의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중에서 환상의 빛 옛날 영화를 보다가옛날 음악을 듣다가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몇 세기 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단 한 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보지 못한다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더보기
25. Le Rayon vert - 에릭 로메르를 위하여 / 강성은 *강성은 시인의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중에서 Le Rayon vert - 에릭 로메르를 위하여 어떻게 저 많은 별들 가운데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 가운데눈이 내리고 수영을 하던 밤햇빛이 내리쬐고 여행 가방을 싸던 밤시시각각 우리는 이렇게질문도 없이 대답을 하지이토록 가벼운 존재에 대하여이토록 충만한 투명함에 대하여사계절 내내곱슬머리가 부풀어 오르는 우기에도털모자를 눌러쓰고 걷던 혹한기에도시시각각 우리는 이렇게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지이곳은 지구라는 별네가 왔다이토록 무한한 녹색 빛이토록 정지된 푸른 시간사계절 내내 에릭 로메르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위한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