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썸네일형 리스트형 23. 커버스토리 / 오은 *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중에서 커버스토리 너는 스스로를 덮어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시작되고 밑줄이 그어진다 너의 주된임무는 사람들이 너를 만지게 하는 것 네 등뒤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두려워하면 게임은 벌써 오버다 너를 더듬는 손끝의 떨림을 기억해라 그 떨림에 맞춰 파닥파닥 튀어라 끊임없이 간질임과 망설임을 즐겨라 네 몸이 달아오르게 한동안 스스로를 내버려둬라 너는 더 뜨겁고 강렬해질 수 있다 간혹 너를 쓰다듬는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그 품에 안겨도 된다 너는 매혹적이다 사랑스럽다 언제 어디서나 눈길을 끈다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다 네 이름에 묻은 형광염료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네 이름은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환영한다 너는 은근히 원색적이다 어제 네 덕분에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 오늘.. 더보기 6. 아이디어 / 오은 오은 시인의 시집 를 꼭 사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아직도 사지 못했다. 시집의 이름은 시의 제목이 아니라 바로 이 시, '아이디어'에서 따온 것인데, 누군가는 이 시집에서 가장 예쁜 시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아이디어 오은 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발아가 이루어지면 한 포기 난초와 한 떨기 장미로 피어난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 때때로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것들을 잡기도 하지 커피의 김과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커서는 껌뻑거리며 최면을 걸고 은밀하게 시작되는 한낮의 점성술 우리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기다려 우리의 동공이, 우리의 동맥이 현장을 사로잡는 순간을 기다려 바르르 파르르 눈꺼풀을 털며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을 울컥 토해내겠지 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땅 위로..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