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썸네일형 리스트형 8. 길 / 도종환 * 도종환 시집 『부드러운 직선』 중에서 길 도종환 아무리 몸부림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정을 넘긴 길바닥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너는 울었지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는 길밖에 없을 거라는 그따위 상투적인 희망은 가짜라고 절망의 바닥 밑엔 더 깊은 바닥으로 가는 통로밖에 없다고 너는 고개를 가로저었지 무거워 더이상 무거워 지탱할 수 없는 한 시대의 깃발과 그 깃발 아래 던졌던 청춘 때문에 너는 독하디독한 말들로 내 등을 찌르고 있었지 내놓으라고 길을 내놓으라고 앞으로 나아갈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지금 나는 쫓기고 있다고 악을 썼지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희망이 있는 것이라는 나의 간절한 언표들을 갈기갈기 찢어 거리에 팽개쳤지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던지는 모든 발자국이 사실은 길찾기 그것인데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