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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글 + 나의 얘기/좋아하는 노래들

1. Fortune Teller - 이소라



열대야로 아주 늦게까지 잠이 들지 못했다.
그냥 누워서 노래폴더에도 끄적끄적 -

처음은 엄청 특별한 노래, '인생 노래' 같은 걸 해야 할 것 같았지만, 강박을 버리기로 한다.
쓰면 특별해지는 거지 뭐..

첫 노래는 그저께 재발굴한,
이소라 6집 '눈썹달' 9번 트랙 'Fortune Teller'

무려 12년 전, 2004년에 나온 앨범이다.
보라색과 회색의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 앨범이었고, 수록곡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한 '듄'의 향을 입힌 앨범이었다.
앨범을 열면 향기가 났다. 킁킁.
꽤나 오래 갔던 기억이 나네.

그 유명한 '바람이 분다'와 '이제 그만'이 실려있는 앨범.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가슴을 후벼 파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던 앨범.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7번 트랙 '쓸쓸'이었다.
듣고있으면 빨려들어가는, 이소라 특유의 쏟아내는 소리가 좋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 앨범을 들으니 의외로 fortune teller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트랙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몽환적 분위기의 곡에서 점쟁이 노인의 말이 쿡 박히는 게 아주 묘했다.

​​"미래의 길을 더 알고 싶다면 / 내가 걸어온 그 길에 있다고 / 그가 말했지"

​오.. 당연한 말인데 점쟁이가 말하니까 묘하잖아..
​'내 손에 담긴 운명을 볼 수 있다'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까, 진짜 묘하잖아

​그나저나 사운드도 너무 좋다 으앙
근데 나 이 앨범을 어쩌다 산 거지 중딩 꼬꼬마여쓰면서...


[가사]

실연에 지친 마음은 달리 둘 곳에도 없어
낯설은 바에 들어가 빈잔을 채우네
달콤한 위로에 혀는 굳어가고
반쯤 감긴 눈에 환상처럼 그가 보이네

늙수그레한 얼굴로 섬찟하게 다가와
내 손에 담긴 운명을 볼 수 있다 하네

기묘한 만남에 호기심에
처음보는 눈 앞에 두손을 펼쳐보이네

어쩜 너무 신기하게 꿰뚫더군,
끝도없는 질문들에 질렸는지
'미래의 길을 더 알고 싶다면 내가 걸어온 그 길에 있다'고
그가 말했지

-


* 이 앨범은 사실 전 곡이 다 좋은데ㅠㅠ 다른 추천곡은 6번 듄, 그리고 꽤 유명한 12번 시시콜콜한 이야기. / 듄(Dune)은 그냥 향수 이름이라 차용했다고 생각하던 바보는 이제야 뜻이 '사구'인 걸 알아서... 보랏빛 하늘이 펼쳐진 사막을 상상하며 들었더니 너무 환상적이었다. 아름다운 곡. / 12번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전화통화하는 설정에서부터 몰입이 안 될 수 없는.. 전화 너머 친구에게 쏟아내는 여자를, 창문 너머로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던 노래. 안아주고 싶은 내 친구의 작은 등이 눈 앞에 있는 듯해 마음이 아픈 곡. 곡 중 '윤오'가 대체 누구인가 궁금해하던 사람이 꽤 있었는데.. 사귀었다고 유명한 그 남자가수가 주인공일 거라는 얘기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