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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글 + 나의 얘기/어디서 본 글

4.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 임수진

 나의 불안, 기쁨, 설렘, 화, 무엇인 척하기, 불평, 관대함, 오만함, 속좁음, 노력, 노력에 대한 반발심, 기억을 좋아하기, 기억을 싫어하기, 모두 숨기고 싶지 않다. 숨기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숨기고 싶은 마음 조차 숨길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관객 앞에 서며 한 가지 안 게 있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숨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말도, 하지 않은 말도, 표정과 손의 각도, 잠깐 끊어지는 말 사이의 공백도, 모든 것이 표현이다. 무의식적으로 전해지고 전해 받는다. 사소한 것들만 숨길 수 있다.

 

 이게 나다. 이게 지금의 나다.

 

- 임수진(가을방학 계피)의 책에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도망쳐왔다.

문득 할 말이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는 것에게서도 도망쳤다.

 

이제 내 앞에 놓인 것은 모든 걸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모든 걸 풀어내왔던

그런 사람들.

 

내가 숨긴 사소함 마저 알아버리는 사람들.

 

고맙고 따뜻한 마음과,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