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 일주일 만에 복귀한 집에, 문을 열고 들어오니 내가 갖다놓은 적 없는 신문이 있다. 지역신문. 발행일은 7월 30일. 동의없는 출입이 있었다는 사실에 두려워하며, 빨래를 널어두고 나간 사실에 수치스러워 하며, 집주인에게 물으려다가도 심기를 거스를까 혹여나 큰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며, 밤을 새는 중. 이사를 갈 계획이 아니라면 더 무서웠겠지. 두려움에 전화한 부모님은 주무시고 계셨고, 잠결이라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아주 무서웠지만 그래도 이사를 갈 거라는 생각으로,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그냥 있는다. 이제 자야겠다. 내일은 내일 할 일이 또 있기 때문에. 더보기 아주 오랜만의 두서없는 일기 주절주절 양 손 엄지손가락으로 글을 써내렸다가 지웠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글이 날라가있다. 블로그에 옮겨두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그 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는데. 물론 술 먹고 써서인지 몰라도.. 아무튼 아래의 글은 엄지의 한계를 느끼고 써내리는 글. 오늘의 생각 1. 난 도덕적인 면에 대한 강박이 있다. 몇 년 전의 내 그런 점이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옳고 그름을 깨고 싶은 생각이 매우 많이 들고, 도덕적인 선이 강한 나이기에 이게 자칫 일정 선 이상을 넘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2. 어쩌면 내 도덕적인 강박이 나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 같기도 하다. 스쳐간 애인과 친구 그리고 지금의 사람들도 내게 착하다고 말한다. .. 더보기 - 선생님 보고싶어요 우연히 이 편지를 봤는데 저는 오히려 고3때가 힘들었지만 제일 행복했어요 지금 아니면 더 이렇게 즐거울 수 없다고 5월에 반애들 데리고 MT 떠난 선생님 같은 반이었던 나의 단짝, 물론 지금까지도 오랜 친구인. 그리고 밝은 에너지의 친구들과 늘 웃으며 우리를 대해주시는 이과생의 로망이었던 수학 천재 선생님. 선생님이 보고싶고 어쩌면 그때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것 같아요 더보기 1. 정신과 방문을 마음먹기까지 라고 쓰고 보니, 카테고리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멋쩍다. 우리 사회는 정말 애매하다. 적어도 내 나이에선 모두가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길만큼 병들어있으면서, 또래들은 "정신과 치료를 (혹은 심리상담을) 받을 수도 있지, 힘들면 그럴 수 있지." 라고 하면서도, 정작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것은 새삼스러우니 - 이게 과도기의 현상인 것인가? 내가 정신과 치료를 마음먹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이들이 '힐링'이라고 삼는 한달 반의 유럽여행 때였다. 물론 이 여행이 너무 좋긴 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오랜 기간의 여행이었고, 처음으로 유럽 본토에 온 것이었다. 20대 후반 드디어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설레기도 했고, 미친듯이 산책하고 즐겼다. 그렇지만 동행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니면 잔디에 앉.. 더보기 34. 목소리 / 박준 *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중에서 목소리 어른들도 상철이라고 했고 아이들도 상철이라 불렀는데 정말 그이의 이름이었는지 잘 모르겠어 그런데 다리가 조금 불편했어 그러면서도 얼마나 잘 뛰는지 비 오면 비 온다고 소리치며 뛰고 누구 집에 낯선 사람 왔다고 뛰고 등꽃 피었다고 뛰고 그믐이라고, 보름이라고 뛰고 그중 목소리가 제일 클 때는 밥 먹고 뛸 때였어 뭘 뭐라고 해 자기 밥 많이 먹었다고 말하면서 뛰는 거지 너도 그만 일어나서 한술 떠 밥을 먹어야 약도 먹지 병도 오래면 정들어서 안 떠난다 일어나, 일어나요 더보기 그때, 지금 그리고 또 언젠가 지금 할 건 아니지 않나, 오히려 그때 필요했던 것 아닐까, 아니 그래서 지금 하지 않으면 머지 않은 미래에 또 지금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진 않을까, 그럼 지금 해야 할까, 그러자니 또 겁이 나지 않는가, 그러면 그때 왜 용기를 내지 않았는가, 아니 용기를 내서 지금이 된 것이다. 그럼 지금 하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람이 이렇게나 고민이 많을 수 있는지 내 자신에 어처구니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한 건 지금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이 나를 가라앉게 만든다는 점이니, 울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는 눈 딱 감고 자기로! 더보기 9.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내용 블로그에 옮겨 기록하기 2018 DEC 읽은 곳 : 서울 지하철 읽은 책 : 고도를 기다리며 (저자 사뮈엘 베케트, 역자 오증자) 블라디미르(이하 '블') : 라고 해봐. 에스트라공(이하 '에') : 난 반갑다. 블 : 나도. 에 : 나도. 블 : 우린 반갑다. 에 : 우린 반갑다. (침묵) 그래 반가우니 이제 무얼 한다? 블 :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 참 그렇지 (p.101) 에 :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 : 다들 하는 소리지. 에 :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 :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 : 만일 온다면? 블 : 그럼 살게 되는 거지. (p.158) 지난 번에 .. 더보기 33. 차갑게 타오르는 / 이은규 * 이은규 시집 『다정한 호칭』 중에서 차갑게 타오르는 몇 점 눈송이가 겨울을 데리고 왔다 편백의 숲으로 여독에 물든 것들은 왜 추운 바람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걸까, 관성처럼 기다리는 안부는 멀고 희망이 가장 먼저 죽는다는 말을 의심해 보기로 한다 두고 온, 나를 잊을 수 없다 편백나무의 기억을 기억하는 어느 화가처럼 어둠일수록 별을 아끼는 이유 다가올 문장들이 기록된 문장들의 주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해석에의 동경보다 오독을 즐겨할 것 언제일까 스스로 귀를 자를, 문장의 시간 두통의 잉여를 달래는 요법 이마에 물먹은 편백나무 한 조각 올려놓는다 피톤치드 피톤치드 소리 없이 속삭이는 별들 두고 간, 화집 속엔 차갑에 타오르는 편백나무 여독의 몸이 보내온 추운 바람 냄새가 닿을 것 같은 밤, 관성처럼 기.. 더보기 나나 갯바람에 안겨 있으면 파도 소리가 달콤하게 유혹해 하지만 네가 구해준 이 생명을 버릴 순 없잖아 더보기 흐음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면 하지 않으면 된다 남이 무슨 상관이야 내가 행복해야지 더보기 이전 1 2 3 4 ··· 13 다음